"경찰 수사시 변호인 참여권 보장 여전히 미흡"

2018-05-29 11:08:36 게재

'노출사진 재유포' 긴급체포됐던 강씨 변호인

"2차 조사 사실 변호인에 알리지 않고 신문"

경찰 "조사 사실 알려달라는 얘기 듣지 못해"

유명 유튜버(영상제작자) 양예원씨의 노출사진을 재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모(28)씨를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이 '인권경찰'을 표방하며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 참여 활성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지점이다.

강씨의 변호를 맡은 김태연(법률사무소 '태연') 변호사는 29일 "경찰이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는 등 범죄수사규칙을 따르지 않고 무리하게 수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김 변호사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23일 밤 긴급체포돼 다음 날 2차례에 걸쳐 변호인의 조력 없이 경찰조사를 받았다. 1차 조사 때는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2차 조사 때는 달랐다. 김 변호사는 "1차 조사 후 담당수사관에게 전화해 변호인 선임 사실을 알렸고 2차 조사 시 변호인 측에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담당 수사관이 추후 조사가 없을 것이라고 허위로 이야기했을 뿐 아니라 2차 조사가 시작된 후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경찰의 입장은 상반된다. 경찰 측은 "변호사 선임 예정이라는 것과 사건이 무엇이냐는 얘기만 들었을 뿐 추후 조사할 경우 알려달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경찰과 통화했을 뿐 아니라 강씨의 아버지가 변호인 선임계 사본을 경찰에게 제출하며 변호인 선임사실을 이미 밝힌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도 변호사 선임계 사본을 제출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59조에 따르면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법정대리인 등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의 신문과정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경찰은 특히 지난해 경찰개혁위원회가 변호인 참여권 실질화 방안을 권고하자 올 3월부터 피의자신문 등의 주요 수사절차에 변호인이 실질적인 조력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변호인 참여권 실질화'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경찰은 변호인의 참여로 피의자에 조언과 상담, 휴식요청, 메모, 의견진술 등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했고, 변호인 참여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변호인과 사전에 신문 일시 및 장소를 협의하고 변호인 좌석도 피의자 옆에 두도록 했다.

경찰은 긴급체포됐던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는 위법한 긴급체포라고 판단했다.

강희경 서울서부지법 판사는 26일 "경찰의 긴급체포가 위법해 이에 기초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강씨는 이날 즉각 석방됐다.

한편,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의 사진 유포·성추행 의혹 사건' 피의자는 총 5명으로 늘었다.

2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배우 지망생 이소윤씨의 노출 사진을 촬영하고 판매한 최초 유출자 2명을 추가 입건했다. 이로써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입건된 피의자는 양예원씨와 이씨의 비공개 촬영회가 이뤄진 스튜디오 운영자 A씨, 촬영 동호회 모집책 B씨, 양씨의 사진을 파일 공유사이트에 올린 혐의를 받는 강모씨, 이씨의 최초 사진 유출자 2명 등 총 5명이 됐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안성열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