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에 넘긴 주소로 '보복 살인'…개인정보 장사 공무원 막을 방법이 없다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 이석준(25)은 지난달 10일 신고 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의 어머니를 보복살인했다. 그가 피해자의 주소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흥신소 덕분이다. 경기 수원의 권선구청 공무원이 차적조회 권한으로 알아낸 주소를 흥신소에 팔아넘겼던 것이다.

공공기관 근무자가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악용해 정보를 유출하는 일이 반복된다. 한 사람이 다수의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해당 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여지가 있어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성범)는 지난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구청 공무원 A씨(40)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구청에서 도로점용 과태료 부과를 위해 부여된 차적조회 권한으로 개인정보 1101건을 조회해 넘기고 흥신소업자에게 3954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달에는 2만원을 받고 흥신소에 넘긴 개인정보가 이석준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A씨가 소속된 구청에는 차적조회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권선구청 관계자는 "A씨는 지난달 17일 직위해제 됐고 재판 결과가 나오는대로 해임이나 파면 등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 중이며 국토교통부에 개선안을 만들어서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공무원, 사회복무요원 마음만 먹으면…반복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공공기관 근무자가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반복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서울 송파구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면서 개인정보를 몰래 조회하고 제공한 혐의다.

B씨가 유출한 개인정보는 범죄에 쓰였다. 재판부는 "사회복무요원인 피고인에게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일괄적으로 맡긴 주민센터 공무원들의 잘못된 관행이 범행의 계기가 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광주지법은 2020년 8월 공무상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C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를 형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B씨는 2020년 2월4일 오전 11시쯤 광주 서구 광주광역시청에서 광주 지역 최초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회의를 준비하며 보건소가 작성한 확진자 관련 문건을 촬영해 지인에게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이 문건에는 확진자의 인적사항, 거주지, 동거인 등 개인정보가 담겨있었다. 재판부는 "C씨가 누설한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급속도로 유포돼 정보 주체가 상당한 수준의 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가짜뉴스가 유포됐다"면서도 "지인에게 문건을 전송하며 유포하지 않을 것을 기대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개인정보 접근권한 오남용 막으려면…시스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사전에 탐지해야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보 남용 여부를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전에 비정상적인 개인정보 권한 오남용을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연 변호사(태연 법률사무소)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누가 개인정보에 접근해 정보를 확인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은 갖췄다"면서도 "사후적인 파악 통로는 만들었지만 점검을 면밀하게 하지 않아 개인의 일탈을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기존 시스템을 검토해 접속 이력을 살핀다거나 개인정보 접근에 제한을 두는 엄격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상의를 거쳐서 접근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술적으로는 금융계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처럼 개인정보를 오남용하는 개인의 일탈 행위를 사전에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억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