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접종자 거부한 식당" 거짓말에 억울한 사장님…처벌 안 되나요?

10일 오전 11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 거부 업장 리스트' 사이트에 전국 2603개 가게가 등록돼 있다. /사진=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 거부 업장 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6일 오후 6시쯤 혼자 방문했는데 백신 미접종자는 1인 식사도 안 된다고 해서 나왔습니다."('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 거부 업장 리스트' 사이트에 적힌 설명)

코로나19(COVID-19) 방역패스가 식당·카페까지 확대 적용되며 백신 미접종자의 입장을 거부하는 가게가 생기자 업체 명단을 공유하는 사이트가 생겼다. 일부 사이트는 허위 사실이 게재됐다는 업주의 항의를 받고 서비스를 종료했으나 유사한 사이트가 여전히 운영 중이다.


10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 거부 업장 리스트' 사이트의 누적 방문자 수는 11만여명에 달한다. 이곳에는 전국 2603개 가게가 백신 미접종자 거부 업장으로 등록돼 있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에는 600개가 넘는 식당이 등록돼 있다.

이 사이트에는 백신 미접종자 손님을 거부한 가게의 상호명, 주소, 전화번호와 함께 설명이 적혀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는 "지난 6일 오후 6시쯤 혼자 방문했는데 백신 미접종자는 1인 식사도 안 된다고 했다"며 "저도 요식업에 근무해 방역지침을 정확히 알고 있어서 다시 물어봤지만 회사 운영방침이 변경됐다고 했다"는 설명이 달렸다.

이외에도 "점심시간에 혼밥하러 입장했는데 혼자여도 안 된다고 거부당했다" "친구와 함께 가서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를 보여준다고 했지만 입장을 거부당했다" "PCR 음성 확인서가 있어도 정부 방침이라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한다"는 설명과 함께 회사 구내 식당부터 소규모 개인 식당까지 다양한 업체가 등록돼 있었다.


이 같은 사이트는 방역패스가 확대 적용되자 산발적으로 생겨났다. 지난달 26일에는 '미접종 식당 가이드'라는 사이트가 서비스를 개시하고 나흘 만에 누적 이용자 5만 명을 기록했다. 이곳에 등록된 업체는 2000여개에 달했고, 입소문을 타고 서비스 이용자 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홈페이지가 수차례 다운되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는 백신 미접종자를 거부하지 않았는데도 '미접종자 거부' 업체로 등록됐다는 일부 업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당시 한 업주는 사이트에 "단연코 절대 미접종자분들을 거부한 적이 없다"며 "저와 같이 억울하게 나쁜 식당으로 인식된 식당이 많을 것 같다. 전화를 먼저 해보고 거부하는지 안 하는지 물어봐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허위 사실 논란이 계속되자 운영자는 지난 7일 오후 4시부터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알리면서 "모두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악용 사례와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며 "서비스의 부작용을 완전히 방지할 방안을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진=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 거부 업장 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온라인 상에서 백신 미접종자 손님들의 입장을 거부한 가게를 알리는 행위는 형사 처벌 대상일까. 전문가들은 해당 내용이 사실일 경우에는 공익적 목적으로 판단돼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하지만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허위 사실을 게시한다면 처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윤 변호사는 "해당 가게가 백신 미접종자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이 사실일 경우에는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라며 "식당 등 업체에 대한 평가는 허위 사실이 아니면 처벌되는 경우가 적다"고 했다. 다만 "백신 미접종자의 입장을 거절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거부 업장 목록에 올렸을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태연 변호사(태연 법률사무소)도 "단순히 백신 미접종자를 거절하는 식당 목록을 올리는 것은 사익 추구보다 공익 추구에 가까워 형사처벌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만약 비방하는 문구를 포함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허위 사실인 경우에는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형사 처벌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음성 녹음이나 영상 촬영으로 (입장을 거절당한) 흔적을 남기면 고소를 당했을 때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해당 사이트 운영자의 처벌 가능성에 대해서는 "업주가 게시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 사이트 운영자도 방조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실무상으로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