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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용역 보고서 써줬더니‥'의원님 석사논문'으로 둔갑

연구 용역 보고서 써줬더니‥'의원님 석사논문'으로 둔갑
입력 2021-12-29 06:44 | 수정 2021-12-2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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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 대학교수가 2년 전 보건복지부 정책보좌관의 의뢰를 받고 연구용역 보고서를 썼습니다.

    그런데 이게 당시 한 국회의원의 석사 논문으로 둔갑했습니다.

    문제의 의원은 보건복지위 간사를 맡고 있었습니다.

    신재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당 소속 김광수 전 의원의 전북대학교 석사 논문.

    김 전 의원은 작년 2월 이 논문을 내고 석사학위를 받았고, 두 달 뒤 21대 총선에 출마하며 후보 약력에도 '석사'라고 적었습니다.

    한 사립대 교수가 2년 전 당시 보건복지부 정책보좌관에게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와 비교해봤습니다.

    지역 간 보건의료 격차 해소 방안을, 간호인력을 중심으로 연구했다는 주제부터 같습니다.

    목차를 펼치자, 서론과 현황, 해외사례와 결론까지 구성이 똑같습니다.

    논문 7쪽, "2장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1. 건강 불평등과 지역격차"… 제목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시작하는 문장과 문단, 각주까지 한 글자도 안 빼고 같습니다.

    [연구용역 교수]
    "똑같습니다. 수치, 그림이나 도표, 여러 가지 목차 구성, 그다음에 논문의 어떤 흐름, 연구 방법 아무튼 모든 것이 다 똑같다‥"

    일부 표현이 다르고 정책제안 5쪽이 추가됐지만, 각각의 문장과 문단, 통계자료와 도표까지 똑같습니다.

    교수의 보고서에 김 전 의원 논문과 같은 표현을 칠해봤더니, 빈칸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해당 교수는 지난 2019년 7월 당시 보건복지부 정책보좌관으로부터, 주제까지 정해진 상태로 연구용역을 받았고, 두 달에 걸쳐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연구용역 교수]
    "'정부 정책 과제 하나 해보지 않겠냐', '한 3백만 원 정도 챙겨줄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해서 완성된 보고서를 보낸 시간이 새벽 3시 반 정도일 거예요."

    그렇게 쓴 보고서가 국회의원 논문으로 둔갑한 겁니다.

    김광수 전 의원은 당시 보건복지부를 관할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였습니다.

    해당 정책보좌관은 보고서를 받은 뒤, 용역비를 곧 줄 것처럼 쓴 안부 문자를 끝으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돈은 입금되지 않았고, 정책보좌관도 복지부를 그만뒀습니다.

    해당 교수는 1년 반이나 지난 올해 4월에서야 연구 자료를 검색하다 자신의 보고서가 도둑질 당한 걸 우연히 알게됐습니다.

    [연구용역 교수]
    "낯이 익은 논문 제목을 발견했습니다. 느낌이 굉장히 싸해서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파일을 봤는데‥ 뭐, 손발 다 떨리고요. 눈물도 나고‥"

    항의를 하자 전 정책보좌관은 "똑같더라, 사과부터 한다"더니, "자신의 생활고 때문에 용역비로 줄 돈을 생활비로 썼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원님의 박사 과정이 중단될 수 있어 논문 철회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교수는 학위를 준 대학에 의혹을 알리고, 김 전 의원과 전 정책보좌관 등을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습니다.

    [김태연/피해자측 변호사]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보니, 혐의 사실이 축소되거나 제외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고,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신고를 하게 됐습니다."

    김 전 의원은 이 교수에게 "학위 욕심은 없지만 주변에 망신스럽다"며 "대학교에 논문을 자진철회하기로 했다"고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복지부 정책보좌관에게 석사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했었고, 이를 토대로 지도교수의 보완 지시에 따라 논문을 작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임위 간사가 피감 기관 공무원에게 사적인 자료 수집을 요구한 점은 인정했지만, 베끼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MBC는 김 전 의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은 없었습니다.

    경찰은 김 전 의원과 전직 정책보좌관을 소환해 정확한 도용 경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신재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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